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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망 없는 췌장암? 1기 완치율 50%… 조기 발견도 늘었다

 

췌장암은 1년에 6000여 명이 걸려 10명 중 9명이 사망하는,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 췌장암 5년 상대생존율(완치율)은 11.4%로 주요 암 중 최하위다. 최근 들어 췌장암 치료에도 희망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의 1기 췌장암 완치율은 50%에 이르고, 중증인 3기 완치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췌장암과의 전쟁, 타깃은 3기 암

김모(62·여)씨는 복통과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4기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폐와 간에도 암 세포가 전이돼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1년간 항암치료로 암 세포가 모두 사라졌고, 췌장 일부를 절제한 후 1년 이상 재발 없이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모(70·남)씨는 췌장에서 4㎝ 크기 암이 발견됐다. 암 세포는 주변의 주요 혈관을 침범한 3기였다. 2년간 항암 치료 끝에 암 크기는 1.5㎝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혈관을 침범하고 있어 수술을 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던 중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져 완치 판정을 받았다.

3~4기 췌장암을 극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3기 췌장암은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30~40%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까지 호전되며 수술 후 좋은 예후를 보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3기 환자들에 대한 치료 성과가 특히 두드러진다"며 "췌장암은 수술과 항암제 치료가 기본인데, 수술 경험이 축적됐고, 사용을 기피해왔던 항암제 치료를 2012년부터 본격 도입해 사용이 확대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현재 암 통계는 2016년까지가 공식적으로 나와 있지만 그 이후 통계에는 완치율이 더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두 종의 주요 항암제 번갈아가며 사용

췌장암 항암제는 주로 폴피리녹스와 젬시타빈+아브락산을 사용한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췌장암 항암제는 젬시타빈 한 종을 주로 사용했는데 폴피니녹스가 등장하면서 3~4기 또는 재발성 췌장암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폴피리녹스는 2017년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젬시타빈+아브락산 또한 2016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는 "이들 2개의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치료 효과가 많이 좋아졌다"며 "여전히 건강보험 적용에 제한이 있어, 꼭 필요하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1~2기 완치율은 29.7%

1~2기 췌장암 치료 성과도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2~2016년 기준으로, 국내 1~2기 췌장암 완치율은 29.7%이다. 일찍 발견하면 3명 중 1명은 생명을 건지는 것이다. 암이 췌장에만 발생해 있는 1기(절제 가능형)의 완치율은 더 높다. 국가 암통계는 1기만 따로 구분해서 완치율을 집계하지 않지만, 인터뷰 한 다수의 교수들은 "1기 완치율은 50% 내외"라고 답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협 교수는 "1㎝ 이하 크기로 췌장에만 머물러 있는 암은 완치율이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1㎝ 이하의 췌장암은 주변으로 파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완치율이 85%에 이른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췌장암을 1~2기에 발견할 가능성은 15%에 불과하고 1기는 5%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집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단받은 1기 췌장암 환자는 2012~2014년 82명(전체 624명)에서 2015~2016년 136명(전체 48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췌장암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조기에 정밀 검사를 한 것이 한 요인인 것으로 병원 측은 분석한다.

1기 췌장암 환자는 보통 건강검진은 물론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각종 장비를 총동원한다고 해도 1~2㎝ 크기의 초기 췌장암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정설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류지곤 교수는 "증상이 없는 정상인이 췌장암을 조기 진단받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권고하지 않는다"며 "췌장암 의심 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인 경우 신속히 췌장암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의료진에 따라 실력 차 커

췌장암은 병원과 의료진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조기 발견→(항암 치료)→수술→항암 치료→재발 방지와 합병증 관리가 중요한데, 국내 대학병원들 사이에도 수준 차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3~4기 환자에게는 적합한 항암제를 적절한 양과 횟수로 투여해 암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황진혁 교수는 "작년 말 유럽 연구에서 높은 항암 효과로 주목받은 폴피리녹스는 독성이 강해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경험과 연구가 많은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항암제에 대해 내성이 생길 경우 신속히 다른 항암제로 바꿔서 치료하는데, 여기에도 의사 간에 실력 차가 난다. 합병증 관리도 중요하다. 이상협 교수는 "가장 흔한 합병증은 황달, 담관염, 패혈증 순으로 나타난다"며 "합병증이 나타날 때 소화기내과나 종양내과가 신속히 대처해야 하는데 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수술률이 높다고 해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국내 대학병원의 췌장암 평균 수술율은 15%이지만 특정 대학병원은 30%나 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다수 의사들의 우려다.

◇면역치료, 표적항암제치료 효과 적어

다른 암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면역치료, 표적항암제치료도 췌장암에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췌장암 세포는 인체 면역 세포의 공격에서 자기를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유전자 변이가 능수능란해 암 유전자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도 잘 듣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인석 교수는 "면역치료와 표적항암제치료는 일부 연구에서 효과를 보였다"며 "추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췌장암 세포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질 벽을 깨뜨려 면역치료와 표적항암제치료 효과를 높이는 의약품도 개발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우상명 교수는 "주목하는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는 난소암 표적항암제로 쓰이는 올라파립"이라며 "태생적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 올라파립을 사용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이 의미있게 연장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췌장암 완치는 여전히 힘든 과제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치료를 포기하거나 검증 안 된 치료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송시영 교수는 "췌장암은 여전히 조기 진단과 완치가 어렵지만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 맞게 최선의 치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췌장

위 뒤쪽에 위치하며 길이는 15㎝다. 췌액을 십이지장에 보내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소화·흡수에 관여하고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