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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비혼족들의 '노년 관리'

40대 중반 싱글 직장인 A(여)씨는 얼마 전 자신을 위한 치매간병 보험을 들었다. 어머니 보험이 만기돼 보험사 창구를 찾았다가 치매간병 보험이라는 게 있단 걸 알았다. 몇 해 전 수술한 뒤로 부쩍 기억력이 떨어져 건강 염려증이 커진 상태. 비혼 결심을 굳혔기에 노후를 챙길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보험에 가입했다.

싱글남 B(48)씨는 최근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그 돈으로 암 보험, 치아 보험을 추가했다. "종신보험은 내가 떠난 뒤 가족을 염두에 두고 드는 거잖아요. 있을지 없을지 모를 가상의 가족을 위한 투자보다는 내가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 되는 쪽으로 투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전문직에 종사하는 싱글 여성 C(52)씨도 "나이가 들수록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커져 수입의 30% 정도를 노후 대비에 쓴다"며 "사후에 주로 방점이 찍힌 보험보다는 현재진행형으로 나에게 투자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했다.

안병현

싱글이 늙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2017~2047년)'에 따르면, 2017년엔 1인 가구 중 39세 이하의 비중이 35.6%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40~59세(32.4%), 60세 이상(32%) 순이었다. 하지만 비혼화와 고령화가 맞물려 28년 뒤 2047년에는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이 56.8%로 가장 많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지금 30~50대가 28년 뒤 이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많다. 혼자 살게 될 노후에 대한 이 연령대 싱글족의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현상이 종신보험은 줄고 치매보험, 간병보험, 치아보험 등 노후 건강관리를 위한 보험을 드는 싱글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 8월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가 발표한 '3040 싱글의 보험 소비 특성 보고서'(만 30~49세 전국 미혼 남녀 2665명 설문 조사 및 심층 면접)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3040 싱글이 본인을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 중 1%가 간병보험이었다. 언뜻 작은 수치 같지만, 같은 기간 부모를 피보험자로 간병보험을 든 비율이 4%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인생금융연구소 윤성은 연구원은 "부모가 70~80대 고령으로 접어들며 편찮으신 것을 보면서 자신의 노후를 고민하는 3040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성별, 연령을 좀 더 세분화하면 30대 남자 싱글을 제외한 30대 여성 싱글, 40대 남녀 싱글은 고독사에 대한 불안이 내재해 있다. 부모의 죽음이나 투병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자기를 위한 간병보험 등에 관심 갖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세대는 특히 자녀 하나 낳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태어나 외동 비중이 높다. 윤 연구원은 "같은 비혼이라도 형제·자매가 없거나 적어 다른 세대에 비해 노후 불안감이 더 크다. 가족 기능을 보완하는 대체재로 또래 친구나 동호회 멤버끼리 노후를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인 가구인 직장인 D(48)씨는 싱글 친구들과 '비상 알람 동맹'을 맺었다. 혼자 있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을 겪을 때를 대비해 단축 번호로 친구 번호를 저장해 두고 비상시에 누르기로 했다. "쉰이 가까워지니 몸이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보내요. 결혼한 친구가 남편하고 위급할 때를 대비해 둘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단 얘기를 듣고 혼자 사는 친구 둘과 우리도 해보자고 했어요." D씨는 "농반진반 시작했는데 진짜 생존 동맹이 됐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