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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병이 바로 치매이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10.15%로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2017년 중앙치매센터). 치매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병이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데, 최근 바이오젠, 릴리, 화이자, 로슈, MSD, 존슨앤존슨 등에서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가 줄줄이 실패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의 잇따른 실패 때문에 전 세계 학자들이 치매 예방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발견해서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전략이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은 떨어져 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경도인지장애는 1년에 10~15%씩 치매로 진행한다. 최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연구 결과들을 알아본다.

◇HDL콜레스테롤 낮으면 치매 위험

HDL콜레스테롤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장기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기는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이다. 최근 HDL콜레스테롤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공중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중년기에 혈중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던 사람이 향후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를 네이처 자매지인 '중개정신의학'에 발표했다. 일본 나가노현에 사는 40~59세 남녀 1만2219명을 대상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19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중년기(40~59세)에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1그룹(HDL콜레스테롤 50㎎/㎗ 미만)에 비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높은 2그룹(HDL 50~59㎎/㎗)은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12% 감소, 3그룹(HDL 60~69㎎/㎗)은 23% 감소,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4그룹(HDL 70㎎/㎗ 이상)은 53% 감소했다. 또한 HDL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는 것도 확인했다. HDL콜레스테롤 50㎎/㎗ 미만 그룹에 비해 50㎎/㎗ 이상 그룹이 치매 위험이 63%나 낮았다. 연구팀은 "낮은 HDL콜레스테롤이 치매의 위험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HDL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지단백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츠쿠바 의대 카주히코 우치다 교수 연구도 있다. 60대 이상의 성인 63명을 정상, 초기 경도인지장애, 후기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매 네 그룹으로 나눈 뒤, 혈액 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했다. 그 결과, HDL 콜레스테롤과 아포(Apo)A-1 수치가 낮을수록 뇌 위축 정도가 높았다. 우치다 교수는 "아포A-1은 HDL 지단백의 구성 성분"이라며 "HDL은 치매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중 아포A-1과 HDL 수치가 낮으면 치매 위험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아포A-1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위한 혈액 속 표지자로 보고 검사에 활용하고 있다.

◇운동·인지 활동이 치매 발생 낮춰

핀란드에서 발표된 치매 관련 대규모 연구(FINGER STUDY)는, 치매 예방과 관련한 첫 대규모, 장기간, 이중맹검 연구여서 전세계 치매 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구는 핀란드에서 60~7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인지(개인 및 집단 교육 60~90분 등) 중재, 운동(근력, 유산소, 자세 균형 운동), 영양, 사회 활동 중재를 한 뒤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 인지기능이 상승했다.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라고 말했다.

운동은 강력한 치매 예방 인자로 손꼽힌다. 수십 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보면 일주일에 5회, 매 30분 이상 숨차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정도의 중등도 이상 운동을 하면 치매 발생 위험이 약 40% 감소한다. 하루에 10분 걷던 사람이 40분을 걷게 했더니 1년 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2%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

인지 활동도 중요하다. 교육을 많이 받았거나, 태어날 때 IQ가 높거나, 직업적 성취도가 높은 사람은 치매가 덜 걸린다. 인지 예비 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우울감을 떨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활동은 치매로의 진행을 억제한다.

영양의 경우 지중해식 식사가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가 많다. 견과류, 올리브오일(혹은 들기름), 과일, 채소, 통곡물, 콩은 매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상지질혈증·당뇨병·고혈압 같은 혈관 질환 관리는 기본이다. 건강한 혈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인 쓰레기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잘 제거되도록 하수도 역할을 한다. 혈관을 관리해야 치매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